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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편히 쉴수 있는 무거천을...(울산광역시 남구)

파랑새/송이갑 2008. 7. 6. 09:59
"시민이 편히 쉴수 있는 무거천을..."
 
산업근대화의 온갖 풍상을 겪으며 폐수로 찌든 울산의 태화강이 이제 연어가 회귀하는 생태하천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너무나 힘들게 되찾은 탓일까. 태화강은 마치 꽃단장하고 새 옷 입혀 무대에 곱게 모셔놓은 여배우처럼 저만치 멀리 있다.

근대화 이전의 태화강은 빨래하고, 멱도 감는 곳이었다. 또 나룻배를 타고 강나루에 내려서면 근처 주막에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기도 하는 친숙한 삶의 터전이었다.

최근 도시공공디자인의 경향이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놓고는 눈으로만 보고 만족하는 쪽으로 기우는 듯해 아쉽다. 도시공공디자인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어우러지는 문화적 편의성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더욱 가치가 있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물며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남구 무거동에는 주택가 사이로 무거천이 흐른다. 문수산에서 발원하여 무거동 정골못, 염골저수지를 거쳐 복개구간을 통과한 뒤 옥현1교 부근에서 옥동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과 1차 합류하고, 옥현주공아파트를 지나 남쪽으로 내달려 태화강으로 흘러든다.

이 태화강의 지천(支川)은 최근까지도 수량이 적은데다 생활하수가 뒤섞여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가 들끓는 썩은 하천이었는데, 남구청의 하천 정비 사업으로 몰라보게 달라져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올해 초 산뜻하게 단장된 남구 무거천. 시민들의 산책길로 사랑받고 있지만 정작 머물며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없어 스쳐 지나가며 바라만 보는 도시디자인이 되고 말았다. /울산 남구청 제공
하지만, 정비사업의 목적이 마치 '더러운 하천을 깨끗하게 바꿔 산책로를 만드는 것'이었던 듯 하천을 따라 이어진 길 이외에는 다른 편의시설이 없다.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河川)이 시민의 삶과 어우러져야 하듯 동네 주택가를 돌아나가는 지천이야 더욱 말할 것이 없다. 아침 일찍 산책하시는 영감님에서부터 벚나무 그늘에 돗자리 까는 아줌마부대, 저녁 무렵 퇴근길에 커피 한 잔 마시는 아저씨의 삶까지도 넉넉히 받아 안을 수 있는 문화적 편의성이 갖추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금처럼 무거천 주변이 불법주차 차량과 화단목, 펜스 등으로 겹겹이 에워싸이고 가로등조차 없어서는 동네 주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서울 한강의 변화를 살펴보면 하천의 공공디자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강의 둔치가 '고수부지'라 불렸던 시절, 콘크리트 호안(護岸)시설이 고작이었던 곳에 점차 주차장과 체력단련공원이 만들어지고, 사설 매점들이 늘어나더니 유람선과 선착장, 카페, 수영장이 생겨났다. 최근엔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7개의 한강대교 중앙에 버스정류장과 전망쉼터, 자전거 전용 녹지도로, 엘리베이터까지 만든다고 한다. 이는 접근성 향상과 함께 문화적 편의시설을 통해 단순 체육·휴식공간이었던 둔치를 문화공간으로 바꿔놓은 사례다.

태화강에도 올해부터 느티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생태하천의 취지를 살리면서 그늘을 제공하는 편의장치로서 환영할 일이다. 이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화편의시설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자.

서울시는 한강 둔치에 있는 70여 개의 사설매점을 통폐합해 20개로 줄이고 그 규모나 시설을 노천카페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울산의 태화강도 중구와 남구에서 접근이 용이한 곳에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문화적 활동이 싹틀 수 있도록 지원하자. 이러한 편의시설은 생태환경과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