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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배 물로 달래며 난민아동 고된 삶 체험

파랑새/송이갑 2012. 8. 13. 03:11

허기진 배 물로 달래며 난민아동 고된 삶 체험
본보 기자 ‘기아체험 24시간’ 체험취재
2012년 08월 12일 (일) 23: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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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여명 참가 1박 2일간
굶주림·노동의 고통 체득
나눔에 대해 생각한 시간

겨우 하루 24시간 굶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하루 쯤이야’하고 흔쾌히 체험취재를 결심했을 때만 해도 대수롭잖게 생각했다. 하지만 낮시간동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났다.

   
 
  ▲ 지난 10일 기아체험 24시간 울산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훌라후프와 그물망으로 난민촌을 만들었다.  
 
10일 낮 12시부터 11일 낮 12시까지 열린 ‘기아체험 24시간 울산캠프’의 현장. 기자는 140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꼬박 하루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들처럼 일하면서 난민들의 굶주림과 고통을 직접 경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기아체험캠프를 마련한 월드비전 울산지부가 나눠준 명찰을 목에 걸었다. 9세 케냐인 남자아이 슐레이만(Suleiman). 이름과 함께 얼굴이 까맣고 머리가 곱슬하며 눈이 큰 남자아이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기자는 하루동안 그의 인생을 살아야 했다.

가방과 명찰, 가이드북, 볼펜, 조끼 등도 받았다. 먹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휴대전화도 지닐 수가 없었다. 간혹 음료수 등을 준비해온 참가자가 있었으나 모두 압수됐다.

참가자들은 5개대륙(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으로 나뉘어 조별로 움직였다. 기자는 아메리카 대륙 6조에 편성돼 10명의 중·고등학생과 함께 했다.

   
▲ 1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기아체험 24시간 울산캠프’에서 오차출· 조태환 공동대회장, 박대동 국회의원, 서동욱 시의장, 김복만 교육감 등 참석내빈들이 사랑의 동전밭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12시 개막식에 이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난 뒤 오후 4시부터 슐레이만이 되어 체험에 들어갔다. 식수 1병이 제공됐다. 4시간만에 처음으로 물 한모금을 마실 수 있었다. ‘물이 달다’는 말의 뜻이 비로소 이해됐다.

팔찌를 만들기 위한 구슬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노동 중의 하나인 ‘다이아몬드 찾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흙속을 샅샅이 뒤져 겨우 3개 찾았다. 우리 조는 5분만에 팔찌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완성품을 내놓지 못했다.

분유가루, 미숫가루, 설탕에 물을 섞어 ‘난민죽’을 만들어 반컵 정도 마셨다. 슐레이만의 하루 식사였다. 이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는 ‘식수 길어오기 체험’을 했다.

물 채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걷는 식수체험을 한 선스라(여·17·울산여고)양은 “100m 정도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팔이 후들거리고 정수리가 빠지는 것 같다”며 “난민 아동들이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매일 20㎞를 걷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인도의 카펫공장에는 7살짜리 어린아이들이 10시간씩 서서 작은 손으로 카펫을 만든다”며 “이들이 10시간씩 일하고 받는 돈은 겨우 1루피, 한국 돈으로 24원”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 잠자리를 직접 만들어야 했다. 대륙별로 박스와 훌라후프, 그물망, 신문지 등이 제공됐다. 기자가 속한 아메리카 대륙은 가장 만들기 어려운 ‘신문지’로 난민촌을 만들어야 했다. 꼬박 1시간40분동안 신문지를 이어붙였다. 테이프 2개가 금세 동이 났다.

씻지도 못하고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잠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치킨, 매운 짬뽕, 족발….” 여기저기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나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허기와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수차례 깨기를 반복했다. 새벽 2시가 지날 무렵, 겨우 잠이 들었다.

이튿날, 기상시간인 오전 8시가 지나자 처음으로 3명의 포기자가 나왔다. 그외에도 개인사정으로 몇 명이 이탈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성공적으로 기아체험을 끝마쳤다.

퇴소에 앞서 소말리아 난민들의 영상을 시청했다. “전 세계 5살 이하 어린이의 사망 원인의 35%는 굶주림, 1시간에 300명 가량의 어린이가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 먼나라 일이라고 생각했던 굶주림과 힘겨운 노동, 그들의 고통이 마음 깊은 곳에 들어와 몸도 마음도 아팠다. 보람과 뿌듯함, 감사의 마음에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까지, 많은 것을 얻은 24시간이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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