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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배리끝길 옛모습 되찾길…

파랑새/송이갑 2011. 9. 8. 05:01

추억의 배리끝길 옛모습 되찾길…
하천정비·고속도로 등 대형 공사로 훼손 우려
시 명품산책로 조성계획…제모습 찾는 계기로
2011년 09월 07일 (수) 22:32:06 허광무 기자 ajtwls@ksilbo.co.kr
   
 
  ▲ 중구 다운동에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를 잇는 태화강 중류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인해 배리끝 전설을 간직한 배리끝길 일대가 파헤쳐지고 있다. 김동수기자  
 
“낭창 낭창 배리끝에 무정하다 울 오라바, 나도 죽어 환생하면 낭군님부터 정할라네.”

태화강을 따라 높이 15~16m의 절벽이 100여m에 걸쳐 펼쳐진 곳, 그곳을 옛 범서주민들은 배리끝이라 불렀다. 전래민요에도 등장하는 지명이다. ‘벼랑 끝’의 구수한 발음이 그대로 지명으로 굳어졌다. 배리끝 밑에는 다운동에서 구영리로 이어지는 약 1.2㎞ 길이의 좁은 길이 나있다. ‘배리끝길’이다. 배리끝길은 범서주민들이 울산을 오가던 유일한 통로였다.

김헌태(5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씨는 배리끝길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많다. 좁고 투박한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부모님 손잡고 울산나들이 나설 때는 설렘이 가득했다. 멀리 있는 학교를 매일 오갈 때는 지겹기도 했고, 밤에는 호랑이가 따라온다는 무서운 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오솔길이었다.

요즘 김씨는 유년기의 추억이 담겨 있고 ‘배리끝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배리끝길이 사라질까 걱정이다. 태화강 정비사업과 고속도로 건설 등 대형사업 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약 190억원을 들여 태화강 중류(선바위~굴화)에 제방을 쌓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는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올 연말 준공 예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배리끝길 일원에서 본격화되면서, 일부 구간이 본 모습을 잃고 있다.

7일 현장을 방문해보니, 한창 진행 중인 공사로 배리끝 쪽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다. 다운동 일원 태화강 둔치는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이 드나들면서 이미 상당한 성토가 이뤄졌고, 성토구간은 배리끝 쪽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었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공사현장 일원은 이미 만신창이다. 고속도로는 배리끝길을 두동강냈고, 고가도로 아래는 이미 옛 형태가 아니다.

그러나 접근이 쉽지 않았던 배리끝길이 시민들에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배리끝길은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이후 나무와 풀이 무성한 ‘폐도(廢道)’가 된 후 지금껏 방치됐다. 원래 길 자체도 워낙 협소해 위험하고 산책이 쉽지 않다.

울산시는 시민들이 옛 배리끝길 코스 그대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옛길 위에 산책데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일부의 우려와 달리 배리끝이 위치한 둔치 일원에는 자전거도로도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이 구간을 지날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배리끝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정을 잘 알고 있으며, 사업 계획단계부터 최대한 그대로 보존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면서 “아예 접근이 불가능한 옛길을 노약자나 아이들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명품 산책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