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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太和)'의 뜻을 일깨운 '태화루 시문집'

파랑새/송이갑 2011. 6. 21. 21:40

'태화(太和)'의 뜻을 일깨운 '태화루 시문집'
김종경 대기자
2011년 06월 07일 (화) 21:00:29 김종경 kimj@ulsanpress.net
   
 

일천수백년간 울산의 관민들이 함께 즐기던 공간으로 쓰인 태화루의 제영(題詠)과 기문(記文)을 한데 모은 '태화루 시문집(太和樓 詩文集)'이 나왔다. 그 시문집에는 오늘날의 공직자도 가슴 깊이 새겨 실천해야 할 지침도 담겨 있다. 예나 이제나 백성을 화평하게 해야 함이 공직자의 최고의 덕목이 아니던가.
 "한 사람이라도 화평하지 못한 사람이 없어야 정사(政事)에 마땅함을 얻는데, 그렇다면 우리 울산 사람을 보호해서 우리 울산 사람을 화합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태화루의 태화(太和)의 뜻을 새겨서 우리 백성들의 크게 화평한 모습을 나타내면 가할 것이다." 조선 철종 때 울산부사를 지낸 심원열(沈遠悅)이 지은 '태화루기(太和樓記)'의 마지막 대목이다.
 목민(牧民)의 지침을 기록했다. 설명하자면 "울산 고을의 모든 백성을 화평하게 함이 당연히 펼쳐야 하는 정사(政事), 즉 업무다. 그러므로 울산 고을의 모든 사람을 보호해서, 울산 사람들이 마땅이 화합하게 해야 한다. 태화루의 '태화(太和)'에 고스란히 담긴 그 뜻을 정사의 지침으로 삼아 울산 고을의 백성들이 크게 화평하게 업무를 할 것"이라고 다짐한 것이다.

 또 다른 수관(首官)의 글에도 태화의 뜻이 적혀 있다. "어리석은 자도 잘 입고 잘 먹어 넉넉하게 살아가면서 '태평하고 화합하는(太和)' 백성이 되었으니, 호수를 태화호라 이름 짓고, 누각을 태화루라 부르는 것이 어찌 우연한 일이겠는가?" 순조 때 울산부사를 지낸 유은주(兪殷柱)의 '태화루기(太和樓記)'에 나온다. 태화루는 단순히 누각의 차원을 넘어 서서, 울산 고을의 수관들이 태화란 깊은 뜻을 마음에 아로새겨 목민의 지침으로 활용한 것.
 태화루 시문집은 지난 5월 말에 나왔다. 2013년 준공 예정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태화루 건립에 맞춰 울산의 몇몇 인사가 2009년 가을에 울산광역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울산문화원연합회가 맡아 지난해 5월 편찬위원회가 구성되고, 곧 바로 편집위원회가 만들어져 작업에 들어갔다. 예산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2900만원에 불과했다. 500여억원이라는 태화루 건립비에 비하면 한심한 수준이었다.
 수록 작품은 후기 태화루가 철거된 1940년 이전의 작품까지로 국한하고, 미발굴 작품 수집에 나서 10여편을 새로 찾아냈다. 전체 작품은 시 97수와 산문 10편이다.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은 고려 명종(재위 1170-1197년) 때의 문장가 김극기(金克己)의 산문 '대화루시서(大和樓詩序)'와 시 '대화루(大和樓)'. 작자 중에는 우리 나라 문학사에 그 이름이 찬연히 빛나는 문장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시 '대화루'는 태화루 시문집과는 달리 이렇게 번역되고도 있다. "고요한 숲 속의 절/ 흰구름 낀 언덕에 높이 기대어 있네./ 북으로는 푸른 옥들같은 봉우리를 두르고/ 남으로는 푸른 대자리같은 물결 둘렸네./ 샘물은 구슬처럼 뚝뚝 떨어지고/ 창대같은 바위 날카롭게 늘어서 있네./ 이끼 낀 길에는 범이 내려가고/ 연꽃 핀 못에는 거위가 노니는데,/ 불타는 햇빛은 난간에 들어오지 못하고/ 상쾌한 바람소리 온통 누각 속으로 들어와/ 산중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으니/ 누가 다시 다른 것을 물으리오?"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박성규의 번역이다.

 태화루는 울산의 상징 건축물이었지만, 그 모습을 알 수 있는 기록은 하나도 없다. 울산의 부실한 기록문화의 탓이다. 이번에 태화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미발굴 작품도 찾아냈다.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인 문학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科擧)의 모의답안지 형식의 과부체(科賦體)란 작품이다. 영천이 본관이라는 것 외에는 신상을 알 수 없는 김상진(金相晉)이란 분이 썼다.
 태화루의 '화(和)'자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백성을 화평하게 하는 것을 '화정(和政)'이라 하니/ 어찌 이로써 이름을 삼지 않으리오?/ 천지의 원기를 함양하여/ 단청 아름다운 건물에 걸었으니/ 그 누각 명명(命名)에는 뜻이 깊지만/ '화(和)' 한 자(字)가 원래의 뜻에 부합하네." 오늘날에도 공직자라면 모름지기 지켜야 할 말이 아닌가. 태화루 시문집이 제영과 기문을 모아 놓은 작품집으로서 뿐만 아니라, 공직의 지침서로도 기능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울산시는 올해를 '클린시정 원년'으로 정하고, 여러 가지 비리근절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태화루 시문집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옥의 티가 눈에 띈다. 별 내용도 없는 시장과 시의회 의장의 축사가 실렸다. 책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담양문화원이 근래에 펴낸 '가사(歌辭)'란 책과 좋은 비교가 된다. 그 책은 전남도가 예산을 지원했지만, 단체장 등의 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울산의 낮은 문화수준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울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