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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우 시장과 태화강

파랑새/송이갑 2010. 8. 25. 23:30

박맹우 시장과 태화강
대기자
2010년 08월 24일 (화) 22:10:51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박맹우 울산광역시장에게 '크린(Clean) 태화강'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그의 대표 상품이다. 그의 정치생명줄에 다름 아니다. 그가 시민들에게 죽음의 태화강이 환경생태의 태화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미지가 심어지지 않았다면 재선을 넘어 마지막 3선까지 무난하게 이룰 수가 있었으랴.

 태화강. 신라의 자장율사가 중구 태화동 반탕골에 지은 태화사 앞을 흐르는 강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 울주군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한 뒤 47.54Km를 내려와 울산만으로 흘러든다. 그 품은 넓고도 깊다. 천연기념물 수달과 원앙을 비롯한 430여종의 동식물을 보듬고 있다. 문화유산도 밤하늘 별처럼 빛난다. 풍광 또한 빼어나다. 울산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 강에 기대어 고대 울산의 문명이 태어났다.

 지난날 그 강은 천국이었다. 더위가 조금씩 밀려오면 개구쟁이들은 온종일 강변에서 지냈다. 물장구 치고 물수제비 뜨고 물방개 잡고 물잠자리를 좇았다. 나이가 들면 더 멀리 대도섬이 있는 하구로 나갔다. 온통 갈대밭이었다. 꼬시래기와 재첩이 지천이었다. 어부들이 건져올린 몰을 얻어 껍데기를 살살 벗겨내고 먹는 맛이란 아이들에겐 잊을 수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 추석을 전후하여 백사장에선 씨름대회가 열렸다. 읍내 사람들은 죄다 몰렸다. 가까이 병영 사람도 삼호 사람도, 멀리는 언양 사람도 방어진 사람도 나왔다.
 그리고 강은 죽어갔다. 공업화의 여파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4천년 빈곤의 역사를 벗겨내는 데에 바빠 손길 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사연댐이 만들어지고 대암댐이 들어서면서 큰 물길도 막혔다. 병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돌보지 않았으니 죽음 직전까지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손을 놓고 허송세월을 했다.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90년대 초에는 악취로 강변을 거닐 수도 없었다.
 오염은 심각했다. 91년 상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2ppm으로 괜찮았지만, 하류는 최악이었다. 무려 11.7ppm. 도저히 강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음해 6월에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수만 마리가 넘는 숭어떼가 죽어가면서 물 위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망연자실했다. 환경정책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하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갔다.

 태화강 살리기는 시대정신이었다. 2004년 6월 9일 '에코폴리스 울산선언'으로 타올랐다. "울산이 조국근대화를 선도하면서 훼손된 자연환경을 되살려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울산 만들기에 매진할 것을 천명했다." 2006년 1월 태화강관리단이 만들어져 태화강 살리기에 탄력이 붙었다. 마스터플랜을 짜고 3천억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다양한 대형사업을 실천했다. 상류에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강바닥도 준설했다. 지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시켰다. 2006년부터는 수영대회가 포함된 물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수변생태공원 태화강대공원도 준공됐다. 새로운 태화강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화강시대의 완성은 가시적인 건설사업과 축제만으로는 이룰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태화강시대의 완성은 태화강의 자연생태와 그 강에 기대어 살다간 선조들이 이룩한 역사문화를 비롯한 인문환경에 대한 연구조사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물론 시민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도 필요하고, 당연히 태화강을 소생시키기 위한 토건사업도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이제 건강한 태화강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사업은 지양해야 할 때다.

 그 점에서 제주도의 '한라산 총서' 발간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라산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출판된 책만도 수십 종류나 된다. 그 책들은 나름대로 특색을 갖추고는 있지만, 한라산의 참모습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데에는 한계를 갖고 있어 제주도가 2004년 총서 발간에 나섰다. 3억여원의 예산과 30여명의 전문가가 투입돼 2년여의 작업 끝에 2006년 5월 책이 나왔다. 1권 개설서와 2권 지형·지질, 3권 역사·유적, 4권 인문지리, 5권 구비전승·지명·풍수, 6권 등반·개발사, 7권 한라산 이야기, 8권 하천, 9권 식물, 10권 동물, 11권 동·식물목록으로 구성돼 있다. 한라산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책이다.
 울산광역시로서도 태화강시대의 완성은 태화강을 인공으로 덧칠하는 건설사업과 포퓰리즘적인 물축제에만 달려 있다는 낡은 생각은 버렸으면 한다. 그러므로 치르고 나면 허망한 일회용 이벤트행사에 큰 돈을 들일 것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태화강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교양서로도 기능할 '태화강 총서' 발간사업에 나섰으면 한다. 바로 거기에서 박맹우 시장이 온몸을 받쳐 매달려온 태화강의 진정한 가치가 재발견되리라.
 

울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