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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송이갑 블로그
집청정(集淸亭)과 전통문화체험 본문
| 집청정(集淸亭)과 전통문화체험 | |
| [기사일 : 년 월 일] | |
![]() 울산은 뿌리가 없다고들 한다. 정체성 논란에도 휘말리고, 자존심을 심하게 구기고도 있다. 1962년부터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산업화 바람에 밀려 전통마을의 해체와 함께 전통문화가 뿌리채 뽑혀나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울산사람 스스로가 공동체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남이 만들어준 공단에만 눈이 팔려 당연히 지켜야 할 공동체문화를 내팽개친 것. 뒤늦게나마 새로운 공동체문화 만들기에 나서고는 있다. 인프라가 크게 모자라는 터인지라 몹시도 힘든 일이다.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350년 역사를 가진 옛집이 팜스테이 전통문화체험장으로 쓰이고 있어 주목을 끈다. 다른 지역은 고택을 전통문화체험장으로 활용한지 오래다. 89년 7월에 문을 연 안동 지례예술촌이 시초. 20년이 지난 현재 안동에서만 50여곳으로 늘었다. 2006년에는 안동시가 정신문화수도란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웰빙시대에 맞는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것. 전주에도 영주에도 김해 등지에도 생겼다. 옛집이라야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한 울산에서 고택을 활용한 전통문화체험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주인의 결단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것.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마을의 최원석씨가 그 주인공. 최씨는 마을의 6가구와 함께 2001년에 농협의 팜스테이(Farm Stay) 마을로 지정을 받았다. 집안 소유의 정자 집청정(集淸亭)을 전통문화체험장으로 쓰고 있다. 선조가 남긴 정자를 선뜻 전통문화체험장으로 쓴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 집청정(集淸亭). 경주최씨 가암파의 파조 정무공(貞武公) 최진립(崔震立)의 증손 운암(雲岩) 최신기(崔信基)가 1600년대에 반구대 앞에 세운 정자. 최신기는 최원석씨의 14대조. 1932년에 중건됐다. 현재 울산에 남아 있는 15개의 정자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고, 보존상태도 좋은 편이다. 최신기는 한동안 근거지 경주를 오가다가 정자 근처에 살림집을 지어 정착한다. 최신기가 집청정을 지은 뒤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사철 맑은 대곡천 계곡물과 반구산(265m), 일명 비래봉에서 뻗어내린 상대와 중대, 하대 3층 석대와 석대에 이어진 거북 머리 형상을 한 반구대가 만들어내는 경관에 푹 빠진 것. 선경이 따로 없었다. 머물 곳으로는 집청정이 있어서 모자람이 없었던 것. 반구대는 풍광 뿐이 아니었다. 선비들의 표상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와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한강(寒岡) 정구(鄭逑) 세 선현이 흔적을 남긴 곳.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집청정에는 16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말까지 300년간 이곳을 다녀간 283명이 읊은 394수의 작품이 남았다. 최신기의 9세손 최준식이 그 작품을 모아 '집청정시집'을 묶었다. 울산에서 만들어진 문집 가운데 한 곳을 주제로 그만큼 많은 사람의 작품을 모은 것으로는 유일하다. 집청정이 올바른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반구대 맞은편 길가에 있는 집청정은 3칸×1.5칸 규모의 2층 누각형태의 정자. 최원석씨는 집청정을 팜스테이에 쓰게 된 것은 '옛집일수록 사람의 온기가 배어있어야만 더 오래 존속될 수 있고 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자 뒤편의 2천여평쯤 되는 터에 살림집과 황토방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천연염색장과 어린이들이 즐길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집청정은 다도와 전통예절방으로 쓰인다. 어른과 초·중학생 80명이 한꺼번에 입을 수 있는 한복과 도포, 갓도 갖추고 있다. 최씨는 개구쟁이들에게 한복을 입히니까 다소곳해지더라면서 예절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최원석씨(40). 언양농고를 졸업하고 울산시 남구에 있는 공장에 다니고 있지만, 선비집안 후손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있다. 선조들이 350년전부터 살던 터전을 지키게 한 힘일 터. 30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부친은 천전리암각화와 반구대암각화를 발견하는 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최경환씨. 부인 이은혜씨(39)도 천연염색을 하며 팜스테이에 열정을 쏟고 있다. 언양초등학교 1학년 성호(8)와 성민(7)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자연을 벗하며 티없이 자라고 있다. 반구대마을의 팜스테이 프로그램도 다른 팜스테이 마을과 거의 비슷하게 짜여져 있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암각화와 1억년전 공룡발자국을 만날 수 있는 것. 근처에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가 있어서 좋은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두 곳에 공룡발자국 화석도 분포돼 있는 것도 큰 교육자료이다. 대곡천 물길 따라 고즈넉한 산책로를 걸으면서 문화유산해설사로부터 암각화 이야기를 들으며 공룡이 살았던 1억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호사를 누려볼 일이다. 더욱이 지난 5월에 암각화전시관이 개관돼 인기가 날로 높다. 그보다는 뿌리가 없다는 놀림을 받는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집청정을 전통문화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할 일이다. 고택이라야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한 울산에서 옛집을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터. 마흔 나이에 불과한 최원석씨의 결단이 돋보이는 점이다. 집청정이 늘 제빛을 내비칠 수 있게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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