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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송이갑 블로그
2008년 제7회 江의날 나주대회 기조연설(한국강 문제점과대책)-김정욱교수 본문
우리나라 물 관리의 문제점과
지속가능한 물 관리 정책에 대한 제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김 정 욱
I. 들어가며
1960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물 좋다고 세계에 자랑하던 나라였다. 어느 강에서나 깨끗하고 맛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멱을 감을 수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많은 개울이 물이 마르고 강들은 하수도처럼 변했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지 못할 정도로 전국의 물이 급격히 오염되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마시는 물만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맑은 물 대책을 여러 번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1991년 페놀사고 이후 맑은 물 대책에 총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했다고 하나 물은 더 나빠져서 지금은 안심하고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이 국민의 1%도 안 될 정도가 되었다. 또 홍수와 가뭄을 관리하기 위하여 1970년대 이래로 1000여개의 대형 댐을 지어 세계 제7위의 대형 댐 보유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 오히려 홍수피해액은 매년 백억 원 단위에서 지금은 조원 단위로 껑충 뛰었다. 왜 우리나라가 이렇게 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 문제점을 짚어보고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II. 물오염의 역사
인간이 처음 수질오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수인성 전염병 때문이었다. 고대 중동의 문명 유적지에서 하수도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고 고대 로마의 하수도는 지금도 하수도로 쓰일 정도로 대단한 위생공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을 뿐이고 대부분 유럽의 도시들은 하수도는 물론 집에 변소도 제대로 없을 정도였다. 분뇨는 길이나 강에 아무데나 버려졌고 도시의 인구밀도는 높아서 위생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1). 이런 상태에서 물을 그냥 마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다. 유럽에서 큰 전염병이 자주 돈 이유도 유럽이 대단히 불결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348년에서 1349년 사이에 페스트가 전염되었을 때에는 인도북부에서 아이슬랜드에 이르기까지 전 인구의 1/3이 죽을 정도였다. 유럽의 도시에서는 맹물을 마신다는 것은 거의 금기사항이었다. 유럽에서 식사 때 포도주와 맥주를 마신 이유도 오염된 물 대신에 마시기 위한 것이었다. 군대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시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기도 했었다 2). 근세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도시들이 필요 이상으로 엄청난 규모의 하수도를 건설한 것도 물로 인한 전염병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요즘과 같은 수질오염문제가 대두된 것은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부터이다. 19세기에 들어서 영국에서 요즘 보는 것과 비슷한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는데 마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19세기 중엽 이후에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수세식 변소의 보급과 더불어 하천에 분뇨가 그대로 투입되자 하천은 그야말로 분뇨 찌꺼기가 가라앉은 썩은 시궁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찌꺼기를 처리하기 위하여 수세식 변소를 가진 집에는 정화조를 설치하도록 규제를 하게 되었다.
수세식 변소가 계속 보편화하자 정화조로 찌꺼기를 걸러내어도 수질오염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물에 녹아있는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용존산소를 소모하기 때문이었다. 이 유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생물학적 처리의 주된 원리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을 고농도로 유지하여 빨리 처리하고 결과로 생산된 미생물 세포를 별도로 모아 처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2차 처리라 하고 이에 앞서 물에 떠 있는 찌꺼기를 먼저 가라앉히는데 이것을 1차 처리라 한다. 하수처리장에서 1, 2차 처리시설을 만들어 찌꺼기와 유기물을 처리하면 각 가정에서 더 이상 정화조로 물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하수처리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정화조를 없애 버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개 집집마다 정화조를 의무적으로 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하수처리장이 제대로 건설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하수관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분뇨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빗물과 하수를 별도의 하수관(분류식 하수관)을 묻어서 빗물은 강으로 보내고 하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보낸다면 각 가정에서 정화조를 둘 필요가 없다. 정화조를 두면 오히려 하수가 너무 묽어져서 처리장이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건설된 신도시 지역에서는 분류하수관과 하수처리장이 건설되었기 때문에 정화조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있는데 하수관 연결이 잘못되어서 빗물이 흘러 가야할 우수관에 분뇨를 비롯한 오수가 그대로 흘러가는 곳이 많다.
그러나 하수를 1차, 2차 처리를 다 하고서도 여전히 물에 남아 있는 질소나 인 같은 영양소들이 부영양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물에 과다하게 있는 질소나 인은 조류(藻類)가 흡수하여 자라게 되고 과다하게 자란 조류는 결국 죽어서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이들은 썩으면서 호수의 용존산소를 소모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쁜 냄새와 맛과 독성물질로 인하여 다른 생물에 피해를 입히고 물이 쓸모없게 되어 버린다. 바다에 나타나는 적조도 부영양화 현상의 일종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2차 처리를 거친 하수에 남아 있는 질소, 인, 기타 잔존 유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을 3차 처리라고도 한다.
2차 대전 이후로는 수질오염물질도 더욱 다양하게 되어 위에 든 오염물질 밖에도 가정에서는 합성세제, 농촌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 공장에서는 산, 알칼리와 중금속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 그 밖에 방사능 물질과 열폐수 등이 발생하고 있다.
합성세제는 세탁용 외에도 샴푸나 치약과 기타 공업용의 여러 용도로 쓰인다. 합성세제에는 경성세제 (ABS: alkyl-benzene-sulfonate)와 연성세제 (LAS: linear-alkyl- sulfonate)가 있는데 경성세제는 미생물분해가 극히 더디기 때문에 근래에 공업용을 제외하고는 연성세제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합성세제에 첨가되던 인 성분도 부영양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빼고 무린(無燐)세제로 대체되었다. 합성세제는 물에 거품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기 때문에 낙차가 있는 곳이라든지 하천의 합류지점에서 거품을 관찰함으로서 그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합성세제는 세포의 지방과 단백질까지도 씻어 내면서 자극을 주고 간암을 비롯한 암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농경지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유출된다. 화학비료에서는 주로 질소와 인이 유출되어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인계(organo-phosphate) 농약이 많이 사용되어 왔다. 유기수은계와 유기염소계는 그 맹독성과 분해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농약이다. 옛날에 이름을 떨치던 DDT, 엔드린(endrin), 알드린(aldrin) 등이 유기염소계이다. 이 농약들은 사용금지가 된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환경과 생물체에서 검출이 되고 있다. 유기인계로는 파라티온(parathion), 말라티온(malathion) 등이 독성이 세기로 유명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농경지에서 뿐만 아니라 골프장 같은 인위적인 초지에서도 유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약의 오염정도를 측정할 때에 유기인(organo-phosphate)의 농도를 잰다. 유기인은 생물체가 분해되면서 나오는 유기성 인 혹은 유기태 인(organic phosphate)과는 다르다. 농약은 암을 비롯하여 각종 성인병의 원인물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농촌에서 메뚜기, 개구리, 뱀, 물고기와 각종 곤충들이 사라진 원인이 농약에 있다. 농약은 또한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 능력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연안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원인도 그 일부는 농약에 있다고 보여진다.
DDT, PCB, dioxin과 같은 유기염소계 화학물질들은 독성이 클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마치 호르몬처럼 행세하여 내분비를 교란시키고 호르몬 체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미량으로도 생물의 번식과 생존에 큰 지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 내분비교란물질들은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산업폐수에서 자주 발견되는 중금속으로는 수은(Hg), 카드뮴(Cd), 크롬(Cr), 납(Pb), 비소(As), 구리(Cu) 등이 있다. 이런 중금속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이들이 석유화학산업에서 촉매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 체내에 축적이 되며 각각 특유의 중독증을 일으킨다. 특히 수은 중독증은 미나미타병, 카드뮴 중독증은 이타이이타이병이라 한다. 산폐수에는 황산, 염산, 질산 등이 많은데 산폐수는 대체로 중금속들을 함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업폐수에는 시안(CN-)화합물과 각종 유기물질을 포함하는 유해폐기물을 포함 할 수 있다.
III. 우리나라 물문제의 전개과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럽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물을 지켜왔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환경범죄에 대한 형벌이 무거웠기 때문에 환경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보통사람들로서는 감히 생각하기 어려웠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문화는 자원을 철저히 아끼고 재활용하며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도록 생태학적으로 짜여져 있었다. 가정생활에서는 버리는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집집마다 마당을 두어 가축을 기르고 텃밭을 집 가까이 두었었다. 그래서 작은 곡식 알갱이는 닭이 쪼아 먹고, 큰 음식 덩어리는 개나 돼지가 먹고, 설거지한 개숫물은 소여물 삶는데 쓰고, 재나 분뇨는 농지에 비료로 쓰고, 버리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뜨거운 물을 마당에 붓는 것도 땅을 죽인다 해서 용납되지 않았으며 그 밖의 거의 모든 자원이 재활용되었었다. 제주도에서는 인분마저도 돼지에게 사료로 먹일 정도로 자원의 재활용이 철저했다. 만약에 제주도에서 육지에서와 같은 재래식 변소를 만들었다면 투수성이 큰 지질의 특성상 지하수가 오염되어 물을 마시기 어려웠을 것이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았었다.
취락이나 주택구조 자체도 생태학적으로 올바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산꼭대기나 경사가 급해서 생태학적으로 취약한 지역은 보존하고, 그 아래 경사가 좀 완만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쓸 수가 없는 곳에 무덤을 두었다. 취락은 그 아래에 산기슭에 남향집을 지음으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취락을 만들었다. 집 뒤에는 대나무 같은 나무를 심어 토사의 유실을 막고 오염물질들을 여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집 자체도 환경친화적이었다. 초가지붕은 썩으면 퇴비로 쓴다. 집을 짓는데 나무는 최소한으로 써서 산림자원을 아끼고 벽은 흙과 짚으로 만들어 보온과 습도 조절이 잘 되도록 만들었다. 취락 아래에 농경지를 만들되 하천으로 흘러들기 직전 가장 아래쪽에는 논을 두어 오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었다. 그리고 하천변에는 숲을 만들었었다. 우리나라 전통 마을에는 모두 마을숲을 가지고 있는데 마을숲은 마을의 가장 하류에 만들어져 있어서 마을의 수질오염을 거를 수 있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도시를 가장 농사짓기 좋은 평야 가운데에다 만들어 땅을 낭비하는데, 우리나라는 평야에서는 농사를 짓고 도시는 평야 가장자리에 산을 끼고 건설하여 도시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았다. 서울의 인구는 1660년에 20만에 이른 후 19세기말에 개방이 이루어지기까지 늘지도 줄지도 않고 항상 20만명을 유지했다 3). 지금 유럽의 도시들이 환경친화적인 도시 인구의 규모를 20만명 정도로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서울도 주위의 환경에 무리를 주지 않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도시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 인구 규모를 유지하지 않았나 하고 짐작이 된다. 도시에 필요한 땔감은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인근 지역으로부터 반입되었고 도시의 분뇨는 인근의 논밭으로 환원되었다. 그리고 물도 하천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생태학적으로 건전한 지역사회를 이루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도 수질오염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현재와 같은 수질오염문제를 겪게 된 것은 1960년대 특히 70년 이후부터이다. 그 전에 재래식 변소에서 논·밭에 비료로 가던 분뇨가 수세식 변소가 보급되면서부터는 강으로 흘러들게 되었다. 그 전 재래식 변소를 쓸 때 가정에서 한 사람이 하루 50 liter 도 안 쓰던 물을 수세식 변소를 달고부터는 200 liter 이상을 쓰게 되었고 BOD 부하량도 한 사람이 하루 10 그램 정도에서 50 그램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산업폐수의 증가가 두드러진데 산업폐수의 증가율이 경제성장율을 훨씬 앞질렀다 4). 결과적으로 총 물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1인당 물공급량이 건교부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500 lpcd(liter/capita-day)를 넘어섰다. 미국의 물사용량이 625 lpcd, 북중미 평균은 465 lpcd, 유럽이 200 lpcd, 아시아 144 lpcd, 남미 130 lpcd, 아프리카 67 lpcd 등에 비하여 우리의 물 사용량이 너무 많은 편이다 5).
그리고 그 동안에 농업방식이 바뀌었다. 화학비료와 농약이 사용되면서 이들이 수계로 흘러들게 되어 부영양화와 농약오염의 위험이 어느 수계를 막론하고 상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좁은 곳에 가두어 놓고 수입 사료로 기르는 축산도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비료보다 축산분뇨가 더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처리를 한다 할지라도 갈 곳이 없다.
유역의 토지이용이 또한 전혀 환경 비친화적으로 바뀌었다. 강 상류 농촌지역의 도랑들은 지역주민들이 쓰레기를 태우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했다. 비점오염원은 약간의 수변 지역만 잘 관리해도 꽤 처리할 수가 있다. 그러나 강의 수변들은 식생이 잘려 나가고 콘크리트 제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강변에 음식점, 숙박업소가 들어섰고 그 다음은 도로, 도로 위는 건물, 건물위에는 밭, 밭 위에 논, 논 위에 골프장, 높은 산에는 고랭지 채소밭이 들어섰다. 이런 토지이용으로는 강물은 근본적으로 관리가 될 수 없다.
강 자체도 수질을 정화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동안에 우리나라의 많은 강들이 콘크리트 둑에 갇혀 버렸다. 하수관을 묻는 대신에 도시의 많은 지천들을 아예 하수도로 삼아 버렸고, 이런 하수도 같은 하천들은 복개가 되어 물 관리가 포기된 상태이다. 도시지역이나 도로를 씻어 내린 더러운 빗물은 아무런 여과나 처리장치가 없이 우수관을 통해 강으로 직접 흘러들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이 지난 150여 년간 겪어오던 수질오염의 역사를 단지 2, 30년이란 짧은 기간에 증폭시켜 답습해 버렸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수질보다는 수량 중심으로 물관리가 이루어졌다.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기 위한 대형댐이 1965년에 417개가 있던 것이 1975년에는 614개, 1985년에 880개, 1995년에 1096개, 2004년에 1214개로 늘어 세계 제 7위의 대형댐 보유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에 홍수피해는 오히려 더 급격하게 늘었다. 1970년대에 연평균 539억 원이었던 홍수 피해액이 1980년대에는 3216억 원, 1990년대에는 5485억 원, 2001년에는 1조 2562억 원, 2002년 6조1153억 원, 2003년 4조4082억 원, 2004년 1조2304억 원으로 1960년대에 비하여 100배 단위로 늘었다 6). 한편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큰 인공댐이 거의 없고 최근에는 거의 짓지도 못했다. 그러나 홍수피해는 그 동안 많이 줄어서 재해 이재민수가 1960년대에 연평균 335,813명이었던 것이 1970년대에는 229,579명, 1980년대 92,072명, 1990년대 53,424명, 2001년 13,349명, 2002년 9,977명으로 줄었다 7).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그 동안 댐을 자어 물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홍수관리나 수질관리는 실패했다.
IV. 우리나라 물 관리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물 관리의 문제점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그 동안에 물을 많이 공급하는데 치중했고 물을 절약하는 정책이 없었다. 변소와 부엌을 비롯하여 우리의 주택구조는 물을 최대한 많이 쓰도록 만들어 졌고, 아파트 단지나 도시나 산업공단 등에서도 물 재활용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상수관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도 없었다. 물값이 쌌기 때문에 결국은 물사용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산업용 물 값이 너무 쌌기 때문에 산업폐수의 증가율이 경제성장율을 앞서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산업개발계획을 하는데 있어서 생태학적으로 물을 올바로 사용하도록 하는 개념이 없었기 수계에 물이 모자랄 정도로 공장을 짓는다든지 골프장을 짓고, 강 상류에 오염이 심한 공단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과오를 범하게 되었다.
1996년에 건교부에서 만든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1997-2011)에 의하면 당시 10개의 다목적댐에서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인 연간 300억 톤의 약 31%에 해당하는 93억 톤의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2011년까지는 20개의 다목적댐을 더 건설하여 65억 톤의 물을 더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이 계획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물수요량이 현재 연간 300억 톤에서 2011년에 367억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하천으로부터 공급할 수 있는 양이 200억 톤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늘어난 수요를 채우기 위하여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8). 이것이 2001년에 세워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물 수요가 2011년에 374억 톤, 2020년에는 381억 톤으로 되어 있어서 지난번 계획과 거의 유사하다 9). 다시 2006년에 세워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2020년에는 생활용수가 82억 톤, 공업용수가 34.2억 톤, 농업용수가 155.8억 톤, 하천유지용수가 83.7억 톤으로 총 355.7억 톤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2020년까지 국민 한 사람이 생활용수로 하루에 445 리터, 공업용수로 205 리터를 사용하여 총 650 리터를 쓸 것이라는 계산 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세계에 이렇게 물을 많이 쓰는 나라는 없다. 독일은 공업용수까지 보태서 200리터, 이스라엘은 여기에다 농업용수까지 합하여 170 리터를 쓸 뿐이다. 우리나라도 실제로는 건교부에서 말하는 만큼 물을 쓰고 있지 않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생활용수로 1인1일당 445 리터로 설정하고 있지만 실제 가정에서 생활용수로 쓰는 물량을 조사해본 결과로는 1인1일당 175 리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수장의 거의 절반이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 지방정부의 장래 발전계획을 보면 모든 지역들이 다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각 지방의 장래계획인구를 다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런 장래발전계획에 근거하여 물공급계획을 세우면 이는 당연히 물을 과잉공급하게 되어 있다.
강에 큰 댐을 지어서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다. 물을 아끼도록 집 구조를 개선하고, 아파트 단지들에 중수도 시스템을 만들고, 공장들이 물을 재활용하여 무방류 시스템으로 갈 수 있도록 투자하고, 30%가 넘는 상수누수율을 10% 이하로 줄이는 것이 훨씬 더 보람있고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로는, 우리나라 물 관리의 목표가 너무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음용수 수질기준을 보면 외국의 기준과 비교하여 거의 모든 항목에서 느슨한 기준치를 채택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음용수의 기준이라는 것은 다른 오염물질은 없고 한가지의 독성물질만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강에서는 수많은 오염물질들이 다 포함되어 있어서 복합적인 오염을 생각할 때에 기준이 더 강화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느슨한 기준을 수질관리의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수 배출허용기준도 느슨하다. 종말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의 경우 BOD 기준이 30 ppm 이지만 중소규모 개별 공장의 기준은 80 내지 120 ppm 이다. 예전에 청계천이 썩었을 때의 평균 BOD 가 100 ppm 인 사실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도시나 공단의 지천들이 왜 모두 하수도처럼 오염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지방조례에 의하면 대개의 기준이 20 내지 30 ppm 미만이다. 미국의 경우는 더 엄격하다. New Jersey 주의 예를 들자면 위치나 공장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5 내지 15 ppm 이다. 북한에서는 기준이 잘 지켜지리라고 믿기는 어렵지지만 어쨋거나 폐수배출허용기준은 BOD로 2 혹은 3 ppm 이라고 대외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10).
그리고 기준을 적용하는 방법도 문제이다. 기준이라는 것은 특별한 명시가 없는 한 언제 어디서라도 달성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곧장 팔당댐의 연평균 수질을 가지고 몇 급수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물을 평균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고 매순간 물이 오는 대로 마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팔당댐의 물은 언제 마시더라도 안전하도록 관리가 되어야만 한다. 일본은 수질환경기준의 수치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할지 몰라도 적용 방법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연평균 수질을 가지고 기준과 비교하는데 비하여 일본은 일평균 수질이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배출허용기준도 일본에서는 언제라도 기준에 적합해야 하기 때문에 배출수의 평균 수질은 기준치의 1/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배출수의 평균 수질이 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고 있다. 호수의 용존산소농도(DO)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문제가 되는 호수 바닥층의 DO를 평가하지 않고 표층수의 DO를 가지고 기준과 비교하고 있다. 부영양화된 호수의 표층수는 거의 과포화가 될 정도로 산소가 충분하기 때문에 DO가 기준에 미달한 호수는 하나도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호수 심층수의 DO로 판정하면 기준을 달성하는 호수가 거의 없다. 환경기준이라는 것은 가장 나쁜 시간과 장소에서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통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준마저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만금사업에 대해서 환경부는 새만금호의 수질이 환경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정을 내린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인가가 되었다. 국민들은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도 내고 감옥에도 들어가고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 스스로가 지키겠다고 약속한 환경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이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물 관리 사업이 외형적인 실적을 올리기에만 급급했지 그 실제 내용은 부실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율이 7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하수처리율은 일본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가장 오염이 심한 공단의 지천이라 할지라도 낚시를 할 수 있는 수준이고 거의 모든 일본인들이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지천들이 다 하수도처럼 되어 있고 거의 아무도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하수처리장만 지었지 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은 공단이나 도시에서 분류식으로 하수관과 우수관을 따로 묻었는데, 알고 보면 거의 모든 관들이 다 오접이 되어 우수관으로 하수가 흘러가고 하수관으로 우수가 흘러드는 형편이다. 그리고 오래된 하수관들은 또 터져서 새고 있다. 상수관의 누수율이 거의 30%를 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하수관이 오접되거나 누수되어 새어나가는 비율이 이보다 훨씬 더 크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전라북도의 새만금 유역에서 하수관의 상태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평균 관거 길이 3 미터 마다 하나씩의 불량이 발견되고 있고 하수 누수율은 55%가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1). 이 처럼 하수의 누수가 많기 때문에 하수처리장 유입수의 BOD 농도가 200-250 mg/l가 될 것으로 설계를 했으나 이런 유입수가 흘러들어가는 처리장은 거의 없고 실제 유입수의 농도는 100 mg/l 이하인 곳이 허다하다. 심지어 처리장 유입수의 농도가 방류수 수질기준보다 낮은 곳도 있고, 유입수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하수관이 직접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지 않고 우리처럼 하천으로 빠진 것은 하수처리율을 0으로 친다. 일본은 예산의 80% 정도가 하수관거 사업에 들어가고 나머지가 하수처리장 건설에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80% 정도가 처리장 건설에 들어가고 나머지가 관거 정비에 쓰인다. 꼭 같은 ‘맑은 물 대책’이 해마다 꼭 같이 되풀이 되었던 이유는 그 대책이 효과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물 관리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수질을 개선해야만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수질이 개선될 수 있는 사업만 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떤 사업이건 수질이 미미할 정도로 조금밖에 더 안 더러워진다는 것만 증명하면 사업이 허가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환경영향평가가 다 그런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수질을 조금 밖에 더 악화시키지 않는 그런 사업들이 계속 모이고 모여서 해가 갈수록 수질이 자꾸 더 악화되어 왔을 뿐이다. 그 동안 수십조 원을 쓰고도 물이 더 나빠졌다는 말은, 정책을 잘만 썼으면 돈을 안 쓰고도 수질의 악화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방치했다는 뜻과 같다. 그것은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실제로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을 지어서 처리하는 것보다는 하천변에 위락시설 앉히고 골프장 건설하고 도시나 공단을 개발해서 오염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수관리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정말 있다면 댐 짓는 데만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홍수피해를 일으키는 산지개발이나 하천변형이나 홍수범람지역에다가 도시를 개발하는 등의 무모한 정책은 펴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런 무모한 사업들을 벌여놓고 후에 홍수피해가 나면 다시 댐을 더 지어야한다는 논리를 계속 제시하여 왔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물관리 정책이 일원화되어 통합관리가 되지 않고 정부부처들이 물관리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잘 펴왔다는 점이다. 유역 차원에서 물관리가 되지 않고 물관리 정책과는 역행하는 정책들, 즉 축산이 여기저기 늘어나고 수변식생을 없애고 산지가 개발되고 토지이용이 바뀌고 인공호수가 만들어지는 등의 정책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마구 실행된다면 하수처리장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유역 차원에서 일관되고 통합적인 물관리 정책이 시행되지 않고 물을 오염시키는 개발사업들이 더 많이 벌어졌기 때문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도 물이 더 나빠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홍수피해도 마찬가지이다. 한편에서는 댐을 건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홍수피해를 불러오는 사업들을 더 열심히 시행해 온 것이 우리나라이다. 근년에 홍수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은 2000년 - 2004년 기간 중 홍수대책비 중에 86.4%의 예산이 홍수피해예방에 쓰이고 나머지 예산만이 피해 복구에 쓰인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에 66.7%의 예산이 사후 복구비에 쓰였다 12). 우리나라에서는 홍수피해를 일으키는 각종 건설공사에 엄청난 국가예산이 투입되었다.
V. 지속가능한 물관리 정책의 발전방안
1. 지속가능한 물관리 방안
물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는 제일 우선순위를 유역의 생태적 관리에 두어야 한다. 유역의 관리가 기본적으로 바로 되어 있지 않으면 물관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진다. 그 중에서도 산림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산림이 기본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수량뿐만 아니라 수질도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그리고 토지이용계획이 수자원과 수질관리 측면에서 바로 되어야 한다.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유역의 강우 유출 특성과 유역의 물 사용량, 또 이들 비점오염원으로부터의 오염부하량과 오염유달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토지이용계획 자체로부터 결정되는 이러한 변수들은 인위적인 관리를 통하여 제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계획 자체가 물관리에 적합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홍수관리 차원에서도 댐, 저수지, 홍수조절지, 방수로, 하천 등 모든 시설과 토지이용을 연계하여 유역단위로 관리해야 하고 특히 물길을 함부로 막거나 바꾼다든지 홍수 범람지역을 개발한다든지 해서는 안 된다.
비점오염원에서 나오는 오염이 강이나 호수에 유입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걸러줄 수 있는 곳이 수변(水邊)지역이다. 수변지역을 몇 십 미터 정도만 잘 식재를 하고 관리해도 수질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수변지역에 토목공사를 벌여 식생을 없애고 인공구조물들을 설치하는 등 물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내어 왔었다. 그런 점에서 환경부가 수변지역을 지정하여 관리하겠다는 내용은 그 전보다 한 걸음 진보한 내용이다.
유역 중에서도 하천 상류의 소유역과 농촌 유역의 환경개선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 유역이 수계의 배경 수질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소유역 단위의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서는 보다 큰 유역의 물관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들 상류의 소유역을 흐르는 마을의 도랑들은 많은 곳이 쓰레기를 버리고 태우는 곳으로 전락해 있고 도랑 변에서는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 상류에서는 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하천 상류 마을의 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하수를 생태학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강구되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생태학적으로 올바른 토지이용을 추구해야 한다. 생태학적으로 무리한 축산과 화학농법이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유역의 영양물질수지를 평가하여 농업과 축산활동까지도 생태학적으로 무리가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농경지의 유출수도 하천에 유입되기 전에 유수지 같은 데 모아서 에너지나 인력이 과히 들지 않게 자연적인 공법을 활용하여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변지역을 확보해 두어야만 가능하다. 하천 상류의 도랑들을 살리지 못하고서는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물관리를 할 수가 없다.
다음으로는 점오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체와 도시에서의 물 사용량과 오염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산업구조, 도시구조, 주거단지구조, 국민생활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산업체에서는 폐수 무방류를 목표로 삼고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도시나 주거단지도 물이 최대한 재활용되고 또 빗물까지도 빨리 배수만 할 것이 아니라 수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수도 하수관으로 빨리 배수할 것이 아니라 되도록 땅에 많이 스며들게 하고 천천히 배수되도록 해야 수질도 관리가 되고 홍수관리에도 좋다.
그런 다음 발생한 하수와 폐수를 올바로 처리하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하·폐수를 처리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수관을 정비하는 일이다. 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하수처리장을 아무리 잘 지어도 소용없다. 그리고 하수처리장도 대규모의 처리장을 몇 개 짓기 보다는 작은 처리장을 많이 지어야 지천들을 살릴 수가 있고 하수관을 정비하기도 쉽다. 작은 지천들을 하수도로 만들어 복개하는 방법은 지양되어야 한다. 산업폐수도 특수한 오염물질을 포함한 폐수는 별도로 처리해야지, 다른 산업폐수들과 혼합해 놓으면 미량의 오염물질들은 희석이 되어 처리가 불가능해 진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강의 수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흐르면서 물살이 빠른 데와 느린 데, 침식이 되는 곳이 있고 퇴적이 되는 곳이 있고, 그에 따라 수심이 깊은 웅덩이와 얕은 여울이 생긴다. 이런 물길을 흐르는 가운데 에너지가 분산되어 홍수의 파괴력을 줄인다. 그리고 유속의 차이에 따라 돌과 모래와 자갈과 미세한 입자의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생겨난다. 그에 따라 벌레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중 생물들이 제각기 먹이를 찾고 산란할 장소를 찾아 살면서 하천 특유의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하천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물의 흐름과 생물들의 왕래가 자유스러워야 한다. 이런 강이 건강한 생태계이다. 운하를 건설해서 강의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한다는 말은 사리에 맞지 않다. 이런 강을 파괴하여 물길을 직선으로 만들고 둑을 쌓아 육지와 단절시키고 댐을 쌓아 모든 곳을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물이 흐르지도 못하게 채워 놓으면 결국 재앙을 초래하여 많은 생물들은 살 곳을 찾지 못하여 죽고 물은 썩고 홍수 범람을 일으킨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하기를 흐르는 강이 있는 땅에 사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총기가 있지만 강이 없고 고인 웅덩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배가 나오고 이자가 부어 있더라고 지적한 바 있다.13)
식수문제는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서는 가장 급한 문제이지만 수질관리의 측면에서는 거의 마지막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대안을 찾기가 그래도 그중에서 쉽고 처리하기도 또 한 가장 쉬운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식수관리는 상수원의 관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수원 보호구역에 사는 힘없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굴지만 막상 수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수상 위락산업이 들어서고 골재채취 행위가 이루어지고 가두리 양식까지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수원 관리지역의 주민들 원성이 대단한데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허가 받지 않은 것은 작은 보트 하나도 띄울 수 없을 정도이고 사람의 접근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들도 많다. 캐나다나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들은 상수원 관리를 철저히 하여 물은 아무 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수원지에서 바로 가정으로 보낸다. 상수원 보호구역의 규제를 완화해서가 아니라 손해를 보상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함으로서 그들의 민원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정수시설에는 최대의 시설투자를 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수시설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을 잘 확보해야 한다. 물은 비싼 시설만 들여 놓으면 좋은 물이 저절로 콸콸 쏟아지는 것이 아니다. 물 처리시설은 융통성이 큰 시설이기 때문에 생산되는 물은 사람이 시설을 다루기에 달린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수처리 시설에 고급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 대우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학계와의 협력도 신통치 않다. 눈에 보이는 시설에만 돈을 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2. 통합 물관리 체계 구축
통합 물관리를 위해서는 물관리 행정체제가 통합되고 일원화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량은 건교부, 수질은 환경부, 그리고 농림부, 해수부, 행자부 등 여러 부처가 다 물관리에 손을 대고 있는데다가 또 물관리에 역행하는 정책을 다른 부처에서 시행하더라도 이것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런 문제는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어느 정도는 다 겪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통합일원화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어느 누구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권한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는 환경부가 물관리를 주관하는 방향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렇게 물관리를 일원화했고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비록 일원화가 되지 않았지만 많은 주에서 통합 물관리를 하고 있다. 일원화가 꼭 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는 환경정책이 다른 정책보다 우선순위가 앞선다. 예를 들자면 모든 토지이용계획이나 개발사업은 수질관리 목표에 합당한 범위에서만 승인이 된다.
홍수관리도 마찬가지이다. 치수업무는 건교부가 방재업무는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소방방재청은 정부의 다른 부처에 비하여 서열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부처들이 벌이는 홍수피해를 조장하는 사업들을 거의 관리할 수가 없다. 자연재난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이 우선순위가 앞서야 하고 지자체에 대한 지휘.감독권한도 강화되어야 한다.
지난 17대 국회에서에서 통합 물관리를 위한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시도하다가 무산되었다. 그 이유는 이 법안을 환경부와 건교부가 타협안을 만드는 과정에 기존의 각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관리 기능을 그대로 둔채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수준으로 후퇴하였고 그리고 유역의 환경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본 취지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법안의 실질적인 효과가 사라졌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통합 물관리 체계 구축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의 예에서 보듯이 얼마든지 이를 시행 할 수가 있다. 중앙정부는 국가의 물관리의 기본방향을 제시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실질적으로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물관리를 통합적으로 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원시와 충청남도가 통합 물관리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다.
통합 물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부서들을 총괄 할 수 있는 물관리 기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 기구에서는 수량, 수질, 토지이용, 하천 생태 등 모든 물관련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물관리 정책이 다른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있어야 이런 통합관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관리 대상도 유역의 지표수, 지하수, 습지, 상수도, 하수도, 바다를 끼고 있을 경우에는 해수까지도 다 포함되어야 한다. 유역의 오염원관리를 위해서는 총량규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물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법 제도를 비롯한 인문.사회적인 요소와 물관련 기술도 다 연계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이런 모든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지식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뉴저지 주도 통합적인 물관리를 하는 주 중의 하나인데 총량규제를 통하여 토지이용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이런 업무를 감당하기 위하여 경기도만한 면적에 경기도만한 인구를 가지고 있는 뉴저지 주의 환경보호청에 7천 명가량의 전문 인력이 일을 하고 있는데 물관리에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례없을 정도로 건설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지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엄청난 생태 파괴를 초래하고 또 지가상승을 불러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통합 물관리 사업은 고급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면서 동시에 귀중한 물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통합 물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그 동안 우리나라의 물관리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수리권도 중앙에서 가지고 있다. 이는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강력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물관리라는 것은 유역 단위로 지역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원칙에 비추어 지역의 수리권 보장이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지금까지 대부분의 물관리 예산이 중앙정부에서 지원이 되었고, 지방정부는 안정적인 예산이 확보가 안 되어 있다. 지방정부의 자주적인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지원금, 물이용부담금, 취수세 등 물관리 재원의 조달과 배분에 대한 개편이 있어야 한다 14). 그리고 그 동안 중앙정부가 물관리를 주관하다 보니 지방자체단체에는 경험과 전문지식이 별로 축적되어 있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물관리를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VI. 맺으며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세계 인구가 두 배로 불었고 물 사용량은 세 배가 늘었다. 앞으로 21세기 중반까지는 세계 인구가 다시 두 배로 늘어나 100억에 이르고 물 요구량은 여섯 배가 늘어나리라고 전망된다. 물의 양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더 급격한 속도로 물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큰 문제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앞으로 30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때문에 고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홍수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 매 10년 마다 2-3배씩 홍수피해 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물로 인한 재난이 이미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에 아랄해의 면적이 1/4로 줄었고 남한 면적의 절반 가까이 되던 중국의 동정호도 옛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 동남아에서는 거의 1억명의 인구가 비소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고 15) 특히 방글라데시에서는 인구의 1/3이 비소중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16). 홍수피해도 아시아에서 두드러져서 방글라데시는 2/3의 국토가 해마다 홍수로 물에 잠기고 3천만 명의 홍수이재민이 발생한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금도 아니고 석유도 아니고 물이다. 그래서 물을 ‘blue gold'라고 부른다. 20세기가 세계 각국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석유 전쟁을 치른 시기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물이 있는 나라는 살고 물이 없는 나라는 주저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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