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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경 칼럼] 태화강에서 긍정적인 힘을 본다

파랑새/송이갑 2008. 7. 24. 06:38

[김종경 칼럼] 태화강에서 긍정적인 힘을 본다
[기사일 : 년 월 일]  
 



 '푸른 태화강에서 미래 울산의 동력이 될 긍정적인 힘을 본다' 달라진 태화강이 울산시민에게 안겨준 큰 선물이다.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태화강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자 자연스레 울산 전체에 생기가 돈다. 태화강이 시민정서의 샘물이기 때문이다. 태화강의 살고 죽음을 어찌 단순히 오염도로만 계산할 수 있으랴. 수천년 그 강에 목숨줄을 걸어놓았던 울산사람에게 그 강은 드높은 하늘이요, 드넓은 땅에 다름아니다. 그러니 그 강이 소생하자 기쁨의 노랫소리가 가득하다.

 태화강. 신라의 이데올로그 자장율사가 중구 태화동 반탕골에 지은 거찰 태화사 앞을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울주군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해 47.54km를 내려와 울산만에서 끝난다. 그 품은 깊고도 넓다. 천연기념물 수달과 원앙을 비롯한 420여종의 동식물을 보듬고 있다. 문화유산도 밤하늘 별처럼 빛난다. 곳곳의 풍광 또한 빼어나다. 무엇보다도 삶의 터전이었다. 그 강에 기대어 고대 울산의 문명이 태어났다.

 지난 시절 그 강은 천국이었다. 더위가 조금씩 밀려오는 여름 초입부터 개구쟁이들은 종일을 강변에서 지새웠다. 물장구 치고 물수제비 뜨고 물방개 잡고 물잠자리를 좇던 곳. 조금씩 나이가 들면 더 멀리로 나갔다. 대도섬이 있는 하구. 온통 갈대밭 천지. 꼬시래기와 재첩이 지천이었다. 어부들이 건져올린 몰을 얻어 껍데기를 살살 벗겨내고 먹는 맛이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천상의 맛. 추석을 전후해선 백사장에선 씨름대회가 열렸다. 읍내 사람들은 죄다 몰렸다. 가까이 병영사람도 삼호사람도, 멀리는 언양사람도 방어진사람도 나왔다. 인산인해. 그리고 강은 점차 죽어갔다.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공업화의 여파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4천년 빈곤의 역사를 벗어나기 위한 대명제 아래 제대로 눈길 조차 주지 않았던 것. 사연댐이 만들어지고 대암댐이 들어서면서 큰 물길도 막혔다. 병이 깊어진 것은 당연지사. 돌보지 않았으니 죽음 직전까지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손을 놓고 허송세월을 했다. 드디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90년대 초에는 악취로 강변을 거닐 수도 없었다.

 수치로 파악된 오염값은 심각했다. 지난 91년에 상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2PPM으로 괜찮은 편. 하지만 하류는 최악. 무려 11.7PPM. 지금까지의 측정치 가운데 가장 나빴다. 도저히 강이라고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다음해 6월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울산의 죽음을 상징하는 일이 터진 것. 1만마리가 넘는 숭어떼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면서 물위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얼굴표정이 일그러졌다. 환경정책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냉기류가 흐르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갔다.

 태화강 살리기는 필연적인 시대정신이었다. 자성의 목소리도 드높았다. 2004년 6월 9일 '에코폴리스 울산선언'으로 실현됐다. 1960년대 이후 조국근대화의 기둥역할을 해오면서 훼손된 자연환경을 되살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울산만들기에 매진할 것을 천명한 것. 두해 뒤 2006년 1월에 태화강관리단이 발족되면서 태화강 살리기에 탄력이 붙었다. 마스터플랜을 짜고 2천500억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12개 대형사업을 실천했다. 상류에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퇴적오니도 준설했다. 지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시켰다. 생태공원 조성에도 나섰다.

 태화강 풍광도 바뀌었다. 모두가 놀랐다. 샛노란 유채꽃에 파묻혔다. 새하얀 메밀꽃밭길을 걸었다. 청보리밭길도 걸었다. 별빛 흐르는 밤엔 해바라기꽃길을 걸었다. 낭만이 흐른다. 꿈이 무르익는다. 강물 위로 달빛은 교교히 흐르고 연인들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행복감에 젖는다. 이렇게도 달라질 수가 있을까. 정녕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너지 효과를 더 높였다. 물축제를 만들었다. 시꺼멓게 죽어가던 강에서 수영대회가 열렸다. 구름인파가 몰렸다. 태화강에서 다시 헤엄을 칠 수 있다니, 정녕 얼마만인가. 꿈인가, 생시인가. 경천동지할 일. 새로운 태화강시대가 활짝 열렸다.

 달라진 태화강 만큼 시민들도 달라졌다. 냉소적인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 부정적인 태도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바뀐 것이다. 수치로 나타난 태화강 청정도보다는 시민들이 달라진 태화강을 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게 가장 큰 성과. 자연스레 행정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행정이란 시민의 신뢰를 먹고 자란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긍적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가 아닐까. 그걸 울산광역시가 이룬 것이다. 크게 칭찬할만한 일이다. '푸른 태화강이 울산의 미래 성장동력 푸른 긍정의 힘을 꽃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