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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루'의 경주 '동경이'

파랑새/송이갑 2010. 10. 24. 05:59

울산 '태화루'의 경주 '동경이'
대기자
2010년 10월 19일 (화) 21:15:42 김종경 kimj@ulsanpress.net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새 태화루가 원래의 태화루가 있었던 중구 태화동 용금소 벼랑 위에 지어지고 있다. 울산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원래의 모습을 알 수가 없어서 복원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어긋난다. 옛날의 태화루도 마찬가지였다. 시대를 달리하며 두 곳에 있었다. 후대의 것은 태화루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원래의 태화루에 달려 있던 현판을 달았다고 하여 태화루라고 불렀으니까 말이다.

 원래의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중구 태화동 반탕골 황모산 아래에 지은 태화사의 남문루를 겸한 종루에서 비롯됐다. 고려 말 왜구의 분탕질로 태화사는 없어졌으나, 남문루는 다행히 살아 남아 누관으로 쓰이면서 태화루란 이름이 붙었다.

 조선 초에 서너 차례의 보수까지 했지만 심하게 낡아 선조 20년(1587년) 경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종 때 객사 학성관 남문인 종각에 원래의 태화루 현판을 달고 태화루로 삼았다. 원(原) 태화루를 따른 것이라고 하여 모칭(冒稱) 태화루라 했다. 그 태화루도 1940년에 일제가 학성관 자리에 들어선 울산보통학교를 확장하면서 사라졌다.

 그 태화루는 일본인이 찍은 사진에서나마 남아 있다. 태화루의 변화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료다. 태화루 앞 큰 길에 펼쳐진 장날풍경을 찍은 사진 두 장과 태화루 앞에 가마를 내려 놓고 서있는 가마꾼과 조선인 관리와 시종 등이 찍힌 사진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직전인 1907년에서 1909년 사이의 것이라고 한다. 태화루와 학교 정문이 찍힌 두 장의 사진은 1910년대 후반과 20년대 후반에서 30년대 초반 사이의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에는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개의 내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 사진은 조선인 관리와 시종과 가마꾼 등이 있는 사진이다. 개 한 마리가 나온다. 사람들 맨앞에서 동쪽을 쳐다보고 있다. 곁에는 개와 동무한 듯한 아이도 있다. 지난 2003년 사진이 일반에 공개된 이후 그동안 개를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경주의 서라벌대학이 2005년 그 옛날 경주에서 키우던 개 '동경구(東京狗)'에 대한 연구조사를 하면서 그 사진을 입수하고, 울산광역시 박물관추진단의 신형석 학예사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밝혀졌다. 그 개는 국망(國亡) 직전에 태화루 앞에서 찍힌 사진을 마지막으로 사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이름은 옛 문헌의 기록에 따라 '동경이'라고 지었다.

 동경이는 경주에서 출토된 5-6세기의 유물에서 확인되고 있다. 꼬리가 짧은 개의 토우와 토기 파편이 그것들이다. 그로 미뤄 신라 때부터 키운 토종개임을 알 수가 있다. 최초의 문헌기록은 조선 현종 10년(1669년)에 경주부윤 민주면이 펴낸 '동경잡기(東京雜記)'다. 그 뒤 이익의 '성호사설'과 '증보문헌비고',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유득공의 '신라회고', '해동지', '경주읍지' 등 20여권에서도 나온다. 1980년대 초에 나온 국어대사전에도 '경주지역에 살고 있는 꼬리가 짧은 개를 동경개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서라벌대학과 경주시는 2005년 하반기부터 품종표준화사업에 나섰다. 경주 일대의 꼬리 짧은 개를 대상으로 등록을 받아 DNA분석과 X레이 촬영, 체형표준화 등 과학적인 검증시스템을 단계별로 적용하여 혈통이 불량한 것은 도태시켜 나갔다. 그 결과 우량형질을 갖춘 표준형 동경이를 탄생시켰다. 현재 품종표준형 동경이 개체수를 200여마리로 늘렸다. 지난 2008년 6월 8일에는 경주개 동경이 선포식을 가졌다. 지난해 9월에는 양동마을을 동경이 사육마을로 지정하고, 첫 품평회도 열었다. 이달 초에는 진돗개(천연기념물 제53호)와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 풍산개에 이어 한국 견종 제4호로 지정·등록됐다. 내년 천연기념물 지정을 목표로 표준화에 애쓰고 있다.

 '댕견' 또는 '댕갱이', '동동개'로도 불리는 동경이는 아예 꼬리가 없거나 있더라도 5㎝ 이하로 짧은 것이 큰 특징이다. 때문에 오랫동안 기형이라거나 재수가 없다고 하여 멸시와 천대를 받아 멸종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외형은 진돗개와 비슷하며 성격이 온순하고 친화성이 좋을 뿐 아니라 주인에게 복종심이 강하고 사냥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털 색깔은 흰색과 검은색, 누른색, 호랑이색, 블랙&탄 다섯 가지다. 몸길이는 40-60㎝이고, 몸무게는 15-25㎏정도로, 우리 나라 사람의 체구와 어울리는 크기다.

 그 옛날 신라에서부터 키워졌던 토종개 동경이가 우연찮게 울산의 상징이었던 태화루에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확인됨으로서 새삼 경주와 울산의 인연이 남 다름을 알 수 있었음은 물론 품종표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큰 기쁨도 가졌다. 울산으로서도 최고(最古)의 토종개 동경이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 이 칼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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