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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가시고기 보전 사업을 하면서...

파랑새/송이갑 2009. 6. 13. 13:35

김상국 태화강생태연구소 소장  

 


 3월 말에 척과천 상류에 물고기 조사를 가니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으로 하천을 헤집고 있었다. 그곳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잔가시고기'가 울산에서 유일하게 번식하는 곳이다. 척과천 하류에서 하천 정비 공사 후의 하천 파괴현상을 너무도 똑똑하게 보았기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잔가시고기가 태화강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공사를 중지시키거나 서식지를 보호하면서 공사를 하는 방법은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잔가시고기를 임시로 피신을 시켜서 보전을 하고 이후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척과천에서 잔가시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후 다시 척과천에 풀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판단했다.

 현실에서 공사업체는 잔가시고기란 물고기를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을 뿐더러 설혹 알더라도 공사를 통한 이윤 창출의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다. 낙동강 유역환경청이나 울산시의 환경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자기들의 직접 업무가 아니므로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답을 할 것이 예상되거나 실제 그렇게 답을 했으며 우리 단체는 이름도 없고 힘도 없는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잔가시고기는 물이 맑고 수초가 있어야 하며 물 흐름이 약한 곳에서 서식, 번식하며 입이 작고 식성이 까다로워 인공수조에서는 보존 작업이 아주 어려운 종이다. 그래서 관공서나 기업체 등에 있는 인공 연못에 수초를 심는 등의 보완작업을 통해 서식환경을 만들어 주어 보존 작업을 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번식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급하게 낙동강유역 환경청의 허가와 동시에 관공서와 기업체의 연못을 확보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낙동강유역 환경청의 허가를 받는 것은 허가에 필요한 서류들을 접수하는 것으로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연못을 확보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언론 등을 통해 보면 모든 관공서는 생태도시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협조가 쉬울 것이고 모든 대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므로 돈 안들이고 아주 쉽게 실질적인 친환경을 홍보할 수 있는 이런 제안에 대해서는 흔쾌히 협조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금붕어나 비단잉어를 키우고 있거나 때론 비워 방치되고 있는 연못일지라도 멸종 위기종 보존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연못을 수초 등으로 예쁘게 유지관리 하며 시설비나 유지관리비 등의 비용이나 책임은 일체 부담을 시키지 않는다는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업무를 타 부서로 책임을 미루며 뺑뺑이를 돌리는 곳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거절을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LG하우시스, 한국수자원공사, SK가스에서 협조를 해 주어 각각 10여 마리씩 최소한의 보존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관계자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듣보잡(생소하다는 뜻)' 단체의 생뚱맞은 이야기의 첫 전화통화에도 긍정적이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주신 LG하우시스의 김순철님을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의 류형주님, SK가스의 이석우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자연과 인간, 환경과 산업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울산'은 민선 3기 울산시정 목표다. 참으로 좋다. 울산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런 울산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미약한 능력이나마 최대한 돕고 싶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라는 가치가 매겨진 잔가시고기의 멸종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대하는 울산시를 보면서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잔가시고기는 국가(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이라는 가치를 부여해서 자연에서는 보호되고 물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인공적으로 보전조치라도 할 수 있지만 쌀미꾸리, 흰줄납줄개, 큰납지리, 버들붕어 같은 물고기도 현실(태화강)에서는 보호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똥오줌 못 가리는 사람'이란 소리 듣기 딱 좋은 분위기다. 태화강의 물고기를 볼 수 있는 관람시설은 커녕 어항조차도 하나 있지 않은 울산시가 아닌가. 적조니 하천유지수니 생태공원이니 하는 눈에 보이는 곳에는 수십억 또는 수백억을 써도 아깝지 않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생태적 가치에는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태화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족대나 통발 등으로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버들치, 갈겨니, 피라미를 알고 있는 아이는 얼마나 될까? 울산의 미래 생태환경을 만들고 가꾸어 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울산시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울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