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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송이갑 블로그
[태화강 명품 산책로]걷기도 차원이 있다 운동장 쳇바퀴 벗어나자 본문
| [태화강 명품 산책로]걷기도 차원이 있다 운동장 쳇바퀴 벗어나자 | ||||||||||||
| 이달 중순 대망의 개통 십리대밭교 출발점 아늑한 대숲길 벗어나선 평원의 탄탄대로 구삼호교로 생명의 강 건너면 남구쪽 둔치 백로서식지 거쳐 전망대 서면 강 정취 한눈에 원점으로 돌아오는 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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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명물이 될 십리대밭교가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많은 시민들은 벌써부터 마음 설레며 1월 중순 대망의 개통을 고대하고 있다. 이 다리가 완성되면 이 곳에서 십리대밭, 태화동 불고기단지 앞, 무거동 구 삼호교, 남구 삼호동 백로서식지, 태화강 전망대, 태화강 갤러리 등을 돌아오는 그야말로 ‘명품 산책로’가 탄생하게 된다. 걷고 싶은 자, 건강해지고 싶은 자에게 생명의 길 ‘헬스로드’(Health Road)가 주어지는 것이다. 명품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던 주민들, 아파트단지 주차장을 어지럽도록 돌던 극성 주부들, 복면강도처럼 무장해 매연냄새 퀘퀘한 도로변을 무던히도 걷던 아줌마들…. 모두에게 명품 산책로는 성지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만큼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25일 명품 산책로를 미리 체험해 보았다. 발지점은 십리대밭교로 정했다. 남구와 중구 사이를 흐르는 생명의 강 태화강, 남구에서 십리대밭교로 이 강을 건너면 영생의 명품산책로가 펼쳐진다. 십리대밭교는 경남은행이 시민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공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은행측은 38억원이면 될 줄 알았는데, 벌써 50억원이 훨씬 넘게 들어갔단다. 명품산책로의 길이는 8㎞. 저 멀리 강서병원 건물이 아득하다. 차로만 다녀봤지 걸어서는 처음이다. 언제 다 돌까.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수십권 대하소설도 첫 단어 하나부터 써나가는 것이다. 한자 한자 정성들여 쓰다 보면 한 장이 두 장이 되고, 한 권이 두 권이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기쁨 넘치는 걸음을 옮기다 보면 8㎞는 되레 짧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에 땅과 몸과 우주를 느끼면서 걷는 것이 바로 ‘걷기명상’이다. 땅의 진동이 온 몸을 통해 하늘로 전달되고 우주의 큰 기운이 내 몸을 타고 땅으로 스며든다. 리대숲 속 산책로. 들어서니 음기가 서늘하다. 쏴~쏴~ 온 몸을 흔들며 바람의 기운을 담아내는 대나무들의 몸통에는 음이온이 푸르게 퍼져내렸다. 안내판에 의하면 음이온의 분포를 조사한 결과 시청 앞 사거리에서는 200~300㏄에 불과했지만 십리대숲에서는 1500~1800㏄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곳을 걷는 것은 바로 음이온에 목욕을 하는 ‘죽림욕’인 것이다. 수십길 되는 키 큰 대숲 속에 들어가면 숲과 내가 둘이 아니다. 긴 죽림욕 끝에 만나는 것은 에코폴리스 울산선언비. 지난 2004년 6월 생태공원 개장 당시 만들어진 이 비는 환경과 자연생태계를 최우선으로 가꾸겠다는 다짐을 바윗글로 써놓은 것이다. 굴뚝의 검은 연기를 찬양하던 공업도시 울산, 문득 다가온 깨달음을 굳은 암각으로 새겨놓았다. 다시는 죽음의 도시로 돌아가지 않으리. 에코폴리스 선언비에 이어진 곳은 오산(鰲山)을 둘러싼 목책. 오산은 예로부터 시인묵객이 자주 찾던 명소였다. 관어정(觀魚亭)으로도 불렸던 이 곳은 이름 그대로 지금도 물 위를 솟구치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아름드리 고목 아래서 흐르는 땀 닦으며 옛 정취에 한 번 잠겨나 볼까. 아기자기한 대숲길을 벗어나면 이제 광활한 평원의 탄탄대로다. 불고기단지 앞 인조잔디축구장에는 젊은 혈기들이 뛰놀고, 태화강 물 위로는 잉어들이 공중곡예를 한다. 그 사이로 아득하게 질주하는 길,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빠른 속도로 걷는 ‘파워워킹’으로 질주하는 길을 따라잡아 보자. 우레탄의 쿠션이 관절 마디마디에 전달된다. 온 몸의 혈관이 붉게 부풀어오르고 폭주기관차처럼 각 부분이 일사불란하게 작동한다. 많은 사람들은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녹슬어 없어진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만이 건너는 구삼호교. 일제시대 때 삼호 일대를 중심가로 만들었던 구삼호교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가 올해 다리로 오르는 데크가 만들어지면서 제 역할을 되찾게 됐다. 구삼호교로 생명의 강을 다시 건너면 남구쪽 둔치다. 다리 아래는 파르르 떨리는 푸른 물결에 쪽빛 하늘이 군데 군데 담겨 있다. 그 위로 봄을 기다리는 버들개지들이 정겹다. 새로 난 산책길을 따라 얼마 안 가면 백로 서식지다. 모니터링 결과 지난 2005년에는 6종 4000마리가, 2007년에는 7종 4000마리가 이 곳에 서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황로, 중백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백로도 여러 종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의 백로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이 곳 밖에 없단다. 행여나 백로들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발 앞쪽에 무게를 두고 걸어보자. 그러면 그게 바로 ‘장생보법(長生步法)’이다. ‘걸음아 날 살려라’의 저자 이승헌씨는 발바닥의 주요 혈자리인 용천(湧泉)과 발가락을 자극해 걷는 걸음걸이를 ‘장생보법’이라고 했다. 틀어진 골격을 바로잡고 아랫배의 단전에 자연스럽게 기운이 쌓이게 하는 보법이라고 한다. 때 태화강 물을 길러 올리던 수자원공사의 취수탑은 이제 태화강 물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바뀌었다. 취수탑은 1963년 만들어진 뒤 32년만인 1995년 가동이 중단됐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내가 지금껏 걸어온 코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많이도 걸었다. 발 아래는 푸른 강물에 가지산과 신불산의 웅혼한 기상이 굽이쳐 흐른다. 숲과 강이 둘이 아니고, 강과 도시가 둘이 아님을 전망대가 쉽게 증명해준다. 그리고 천지간에 내가 따로 있지 않음을 굳이 ‘불이(不二)’라는 교설을 들지 않더라도 이 곳에서 저절로 알게 된다. 망대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이제 ‘태화강 생태·문화갤러리’다. 아직은 갤러리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공간이 희안하다. 남산로 교각 안쪽에 있는 이 공간은 천장이 도로로 덮혀있어 비가와도 문제가 없다. 길이가 800여m에 너비가 5~7m, 높이가 3~7m나 되니 적지 않은 면적이다. 시는 6월께 이 곳에 생태갤러리, 문화갤러리, 시민참여갤러리 등을 만들고 광장도 조성할 방침이다. 십리대밭교를 출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1만보에 4~5㎞라 하니 2만보 정도는 걸었는 셈이다. 말을 타는 주인 보다 말을 모는 하인이 오래 산다. 걷는데 있어서만큼은 하인이 되자. 명품산책로에서 울산의 명품 몸짱들이 쏟아져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글 = 이재명기자 jmlee@·사진 =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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