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파랑새/송이갑 블로그

기부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본문

▒사회연구소및컨설팅▒/울산소식(new)

기부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파랑새/송이갑 2010. 2. 22. 19:46

기부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기사일 : 년 월 일]  
이수만 울산적십자사 회장  

 


 연일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날아드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낭보에 온 나라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선수를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꼈고, "코리아의 축제다", "한국이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다", "놀랍다"라는 외신들의 찬탄을 들으며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 모두 열심히 뛰어 준 우리 선수들 덕분이다.

 지난 북경올림픽에서도 두 자리 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스포츠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거침없이 전 세계인들에 각인시켰던 우리 체육인들은 이제 세계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경이로운 발전 역시 모든 나라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렇게 즐겁고 좋은 사실들만 나열해 보면 우리나라는 벌써 세계 일류국가가 다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구석이 남아있는 것도 현실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단히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부문화는 선진국 문턱에 오르기에는 아직 너무 먼 느낌이다.

 요즘 들어 다행히 우리나라의 기부문화에도 약간의 변화에 대한 조짐이 보이고 있어 이제 희망을 키워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는 기부는 깨어있음, 앞서감, 선망이라는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기부가 단순히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부 특별한 사람들의 몫이거나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귀족에게 요구되던 노블리스 오블리주처럼 시샘을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존방식이라는 고정적이고 부정적인 관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인의 기부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는데, 향후 1년 이내 기부 의향이 없다는 대답이 2천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60%에 이르렀던 것이,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20%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런 조사가 행동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분명한 의식의 변화는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선과 동정이라는 틀에 갇혀있었던 기부에 대한 인식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해체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됨으로써 현실적인 빈곤은 물질에서 오는 빈곤이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빈곤이 차지하는 바가 커 보이고, 이에 따라 진정한 기부는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질로 인해 끊어진 사회계층간의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데도 매우 중요해 보인다. 기부는 이제 단지 밥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얽힌 많은 문제점들을 예방해주고 해소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많은 사람들은 기부의 방법을 잘 몰라 기부를 망설였지만, 정보화시대인 요즘은 유명인사들의 영향으로 국내구호뿐 아니라 해외아동결연과 같은 국제구호에 큰 관심을 갖고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과 사람들에 관심을 갖는 형태로 기부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빈곤국의 아동들과 결연을 통해 온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잘 노출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홀로사는 노인 등 우리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보살피고 돕는 것은 그 지역의 현실을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거의 이루어지며, 지금 대한적십자사가 전국적으로 펼치는 적십자회비모금운동은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돕는데 유용하게 쓰여 지고 있다.

 바람직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사회지도층이나 고소득층이 순수한 의도에서 기부를 해야 한다. 시민들도 기부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박수를 쳐 줄 때 기부는 연쇄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생활문화로 기부가 자리 잡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수많은 사상자를 낸 아이티 지진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봇물처럼 일어나 기부에 참여했던 것처럼 일회성이거나 감성적인 측면에 크게 치우쳐 기부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런 기부의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진정 선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더 늦지 않게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에 동참하는 것이다. 적십자회비모금운동은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시작된 아주 오래되고 의미 있는 국민기부문화운동으로, 작은 정성을 십시일반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되는 인도주의 활동의 동력이다. 적십자회비 납부를 통해 작은 기부부터 참여해 볼 것을 권해 드리고 싶다.
울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