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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밥+보’에서 ‘ㅂ’이 탈락된 형태이다. ‘보’는 울보, 겁보, 느림보와 같이 체언이나 어간의 끝에 붙어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바보란 어휘는 밥만 축내고 일없이 노는 사람을 가리킨다. 또 그런 사람을 경멸하는 말로 쓰인다. 반면에 ‘천치’는 백치와 같은 뜻으로 뇌에 장애나 질환이 있어 지능이 아주 낮고 정신이 박약한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필자가 이런 어휘의 의미나 뜻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너무나 괴이해서다. 터지느니 수십억이 오간 부정·부패 사건이요 들리느니 고위층 연루 소문이니 그렇지 못한 우리는 도대체 천치인가 바보인가.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길은 우리가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현명한 국민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을 얕보는 이 나라 ‘야바위꾼들’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그 다음에 우리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에 대해 온 세상이 깜짝 놀라도록 큰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
국민의 충복으로 충직하게 책무를 다하겠다고 선서한 높은 양반들이 국가와 민족이라는 성체(聖體)를 상처내고 그 상처로 인해 국민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바르고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가를 알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위를 살펴야 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은 우리가 어렵고 고통 속에 빠져 있을 때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뜻에 공감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보면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에 공감치 않을 수 없다. 서민들이 어렵게 예금한 한푼 두푼을 가진자들이 통째로 집어 삼키고 감독관청마저 그들을 비호했으니 국민들은 외롭다. 국민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던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오히려 국민의 재물을 도둑질 하는데 앞장섰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들이 죄를 짓고도 거들먹거리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첫 단추부터 잘 뀄으면 이런 일은 없었다. 그들의 말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과연 우리는 정의 민족이라는 부추김에 잘 길들여진 바보인가 아니면 천치인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뜨거운 피가 철철 끓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4·19 의거가 발발했다. 그 때만해도 학생들은 의협심이 강했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이 분명했다. 당시 정치는 부패했어도 그 만큼 국민정신도 명철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법과제도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잃었고 나와 관계없는 것에는 극히 냉소적인 사회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명쾌한 답을 구할 대상이 없게 됐다. 소위 ‘난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런 흐름을 파악치 못하고 자신들 위주의 변명 늘어놓기에 분주하다. 그 만큼 민심이 멀어짐도 모르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정치인에게 나랏일을 맡기는데 너무 관대했다. 그것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수 있음에도 맹목적일 정도로 그들의 실수에 너그러웠다. ‘정치꾼’을 많이 배출시킨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국민들 탓이다. 오늘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치에 대한 검증제도가 불비했던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꾼들에게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세계 선진국치고 우리나라처럼 지도자가 약속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을 봐라. 닉슨 대통령은 거짓말 한번 한 탓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의 성숙한 국민들은 정치꾼의 속임수에 잘 속지도 않을 뿐 더러 헛된 공약(空約)을 늘어 놓는 정치꾼을 철저히 외면한다.
요즘 흔히 사용되는 국제화(globalization)란 용어는 정치문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그 싹을 틔울 국민의식부터 함양돼야 한다. 우리가 마치 바보처럼 살았던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바보도 천치도 아닌 보석과 같은 국민이다. 세계 어디서든지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다. 더 늦기 전에 한강의 기적과 같은 제3, 제4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올바른 정치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으로 남기 위해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
<권오성 칼럼리스트> : 울산시태화강카페 운영자 진공/권오성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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