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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대밭교 개통에 앞서 살펴야 할 것들

파랑새/송이갑 2009. 3. 1. 01:04

십리대밭교 개통에 앞서 살펴야 할 것들
울산 첫 보행자만을 위한 다리
야간조명 주변과 안 어울리고
‘십리대밭교’도 어감상 거슬려
2009년 02월 12일 (목) 신춘희
   
 
  ▲ 신춘희 논설실장  
 
울산 태화강에는 다리가 많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강남·북을 잇는 다리가 12개다. 이들 다리의 가장 큰 기능은 무엇인가. ‘광역시’라는 도시의 도로망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간선 도로의 기능을 가지면서 날로 늘어나는 교통량을 분산시켜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차량 중심의 공간이 돼 버렸고, 사람의 접근과 보행권에 대한 기능은 차단당하거나 상실한지 오래다.

최근 이러한 다리의 역할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차량 소통과 교통량 만을 담당하는 다리의 역기능을 사람 중심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다. 보행자를 위하면서 주변의 미관도 살리는 쪽으로 이미지 업 시키자는 것이다. 외국의 아름다운 다리는 대부분 주변이 숲으로 둘러 싸여 있어 환경적 조화를 이루는데, 우리나라의 다리들은 대부분 (고층)아파트로 둘러 싸여 삭막함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의 다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기존의 다리들을 살펴 보라. 도시적 이미지와 장소성, 구조미와 조형미 등에서 건축적인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는 다리가 없다. 보다 큰 문제점은 보행권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보행권 자체를 아예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한 다리가 경남은행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십리대밭교 사업이다. 십리대밭교는 울산 최초의 보행자만을 위한 다리이다. 남구 둔치와 중구 십리대숲을 연결(길이 120m, 너비 5m)하는 비대칭 아치형의 특수교다. 총 6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오는 24일 개통될 예정이다. 여타의 다리들이 차량 통행과 사람의 보행을 동시에 수용하거나 차량 전용 다리로 세워진데 비해 십리대밭교는 차량의 통행을 처음부터 배제한 체 설계됐다. 개통이 되면 구 삼호교와 명촌교까지 11km의 산책로가 하나로 연결돼 시민들이 중·남구 지역의 둔치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울산시와 경남은행에 따르면 십리대밭교는 향후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구조물이다.

그런데 다리의 개통을 앞두고 ‘다리 자체가 보기에 불안하고, 주변 경관과도 안 어울리고, 어딘가 공사를 하다 만 것같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다리라는 것 자체가 공공 디자인의 성격이 강하고, 대단히 앙가주망적(사회참여적) 성격이 강한데, 십리대밭교에서는 그러한 면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래와 백로를 형상화하고, 울산의 역동성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비대칭형 아치구조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산로를 오가면서 십리대밭교를 감상하는 시민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다리 교각과 난간, 비대칭형 아치 구조물의 색채도 그렇고, 밤이면 번쩍거리는 조명도 다리 자체나 주변 풍경과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과 한자를 섞어 작명한 ‘십리대밭교(橋)’ 역시 어감상 거슬린다고 지적한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다리는 도시 이미지와 장소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다리를 놓기에 앞서 다리 모양, 다리가 놓여질 자리, 주변 경관과의 조화 등이 실용적 측면에서 세세하게 검토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리야말로 시민의 공공적 삶을 위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십리대밭교 개통에 앞서 전문가들에게 종합적인 점검을 받아 봤으면 어떨까 싶다. 멋진 다리는 도시와 시민의 품격을 높여준다. 선진국 도시들은 도시내 구성 요소(인공물 포함) 모두가 각각에 맞는 색깔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십리대밭교의 구조와 조형, 색채 등도 생태도시 울산의 문화와 지질과 풍토에 잘 조화돼야 한다.

시중에 나도는 십리대밭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다리가 주는 이미지가 아직은 시민들에게 산뜻하게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리가 개통이 되면 그러한 부분이 개선될 수도 있고,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경남은행과 울산시는 다리 개통에 앞서 이러한 요소들을 기능적, 디자인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해 보행자 전용 인도교로서의 첫 출발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춘희 논설실장